[수술대 오른 '증세 없는 복지'] 구멍 난 '공약가계부'…세입 줄고 84조 줄인다던 세출 되레 늘어

입력 2015-02-03 20:49   수정 2015-02-04 03:51

실현 어려워진 135조 복지재원 마련

비과세 감면 7개 없애고 6개 신설 '제자리'
"지하경제 더 키웠다" 세무조사 강화 역풍
9조 절감 계획 SOC 등 3개 예산 5조 늘어



[ 임원기 기자 ]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일대 도전에 직면한 것은 5년 임기 동안 증세 없이 총 135조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 가계부’가 곳곳에서 ‘펑크’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책임 있는 정부를 실현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경기침체와 조세저항 등에 막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과세·감면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축으로 하는 세입확충 계획은 ‘꼼수증세’ 논란에 휩싸였고 사회간접자본(SOC), 농업 등 세출절감 계획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에 밀려 차질을 빚고 있다.


세입확충, 꼼수증세 논란

기획재정부는 2013년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에서 우선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5년 동안 1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꼼수증세 논란이 耉駭?

2013년과 2014년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근로소득자 중 연봉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사람들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말정산 공제제도를 개편했지만 일부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근로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다자녀가구 및 노년층의 세부담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사자들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정부는 결국 세법개정안을 수정한 뒤 이를 소급적용하기로 했지만 세입확충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과세·감면 조항을 줄이는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비과세·감면 조항을 없애도 정치권 요구 등으로 다른 비과세·감면 조항이 계속 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세법 개정 때 비과세·감면 조항 7개가 폐지됐지만 신설 조항도 6개에 달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은 시작하자마자 역풍을 맞았다. 경기침체기에 세무조사가 확대되자 중소기업 등의 거센 반발에 봉착한 것. 결국 국세청은 지난해 초 “세무조사를 예년에 비해 줄이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2015년 말까지 130만 영세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유예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지하경제만 더 커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2년 61%에 달했던 5만원권 환수율은 지난해 29.7%에 그치는 등 시중에서 5만원권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게 이런 현상의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세출절감, 경기침체에 흔들

5년간 세출을 84조1000억원 줄이겠다는 방안도 엉망이 됐다. SOC나 산업, 농업분야 예산을 줄이고 일부 사업을 이차보전으로 돌려서 지출을 줄여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다.

현재 정부가 공약 가계부 이행 실태와 관련된 상세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확인되는 분야는 SOC·산업·농림 예산 등 세 곳이다. SOC 예산의 경우 당초 공약가계부상 올해 2조7000억원이 줄어들게 돼 있었지만 되레 1조1000억원이 증액됐다. 산업과 농업분야 예산도 올해 1조3000억원씩 줄이기로 했지만 오히려 늘어났다.

이 세 분야의 5년간 절감 목표액은 21조1000억원이고, 작년과 올해 중 8조7000억원을 줄이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세 분야에서 세출이 줄기는커녕 4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들 분야에 지출을 늘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잘못된 전제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가하지 않는 한, 공약가계부 달성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최근 사실상 증세를 하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상황에 놓인 것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잘못된 프레임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며 “복지제도를 포함해 지출 항목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등 복지 기본얼개를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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